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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공정도 위험"…중국 황산 통제, 석화업계 '초비상'

입력 2026-04-14 15:13:26 | 수정 2026-04-14 15:13:22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호르무즈 역봉쇄와 홍해 봉쇄라는 이중 봉쇄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구조 전환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졌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공정의 필수 원료인 황산마저 수출 통제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초 원료(나프타)는 중동 리스크에, 고부가 제품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노출되며 밸류체인 전반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호르무즈 역봉쇄와 홍해 봉쇄라는 이중 봉쇄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구조 전환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을 명분으로 내달부터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황산 수출 제한' 조치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산은 정밀화학 공정은 물론 배터리 소재 등 첨단 스페셜티 제품 생산과 구리 추출, 인산비료 생산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촉매제이자 용매다.

그동안 국내 석화업계는 범용 제품 중심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 중국 화학사들의 대규모 에틸렌 증설로 촉발된 공급 과잉과 저가 물량 공세를 피하기 위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실제로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중이며 롯데케미칼 역시 고부가 합성수지와 전지소재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황산 통제 움직임은 이런 탈(脫)범용 전략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용 제품의 원가 압박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고부가 소재 시장도 중국산 정밀화학 원료의 안정적 공급 없이는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현재 국내 석화업계 시장 구조를 살펴보면 위기감의 실체가 뚜렷해진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인해 나프타 조달 비용은 이미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여기에 황산과 헬륨, 브롬 등 특수 화학 소재 수급마저 차질을 빚을 경우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품목부터 점진적인 수익성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이 중동의 에너지 위기를 빌미로 글로벌 공급망 내 주도권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자국 내 자원 보호를 넘어 한국 등 주요 경쟁국들의 스페셜티 전환 속도르루 늦추고 자국 성화 기업들의 고부가 시장 진입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응해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시아나 북미 지역의 대체선 발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중국산 원료가 갖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물량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 등 황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신사업 분야에서의 원료 수급 불안은 기업들의 장기적인 미래 성장 로드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나프타 가격 급등이 1차적인 원가 압박을 불러왔다면, 중국의 황산 수출 통제 움직임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스페셜티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시험하는 2차 변수"라며 "특정 국가에 편중된 정밀화학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밸류체인 전반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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