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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소재 생태계 새 판 짜는 도레이첨단소재...'모빌리티'로 체질 개선

입력 2026-04-15 15:36:41 | 수정 2026-04-15 15:36:35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도레이첨단소재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촉발된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 구조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소재 대신 진입 장벽이 높은 차세대 모빌리티와 배터리 시장을 정조준하며 밸류체인 고도화에 나섰다. 단순 설비 확충을 넘어 전방 산업의 핵심 기업들과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맺으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생태계를 공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도레이첨단소재 공장 전경./사진=도레이첨단소재 제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도레이첨단소재는 글로벌 화학 시장을 잠식한 중국의 '범용 굴기'에 대응해 고기능성 수지와 첨단 복합소재 등 미드스트림(중간재)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원가 변동성에 취약한 업스트림(기초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다운스트림(수요처)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스페셜티 전환은 모빌리티 경량화 소재 설비 확충에서 가장 먼저 구체화됐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2호기 라인이 대표적이다. 금속을 대체하는 고강도·경량 소재인 PPS는 전기차(EV) 구동 모터와 전장 부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이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기초 유분 시장의 치열한 원가 경쟁에서 벗어나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미드스트림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전동화 전환으로 차량 내 전장 부품 탑재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신규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자체 생산 기반을 갖춘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로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기술적·물적 진입장벽을 단단하게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 납품 넘어선 전략적 동맹…현대차와 R&D 혈맹

전방 산업 이해관계자들과의 파트너십 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발주에 맞춰 단가 인하 압박을 받으며 납품하던 과거의 일방향적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 기획 단계부터 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적 동맹 관계로 격상된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맺은 전략적 공동 개발 계약(S-JDA)은 이러한 밸류체인 역학 변화의 핵심이다. 양사는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한 탄소섬유 복합소재(CFRP) 기반의 경량화 부품을 R&D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공동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특성상 차량 구조물의 경량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완성차 업체는 뼈대가 될 첨단 소재 공급망을 쥐게 됐다.

더 나아가 이 소재는 향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의 구조물로도 확장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소재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 입장에서는 확실한 수요처를 바탕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상호보완적 생태계를 완성했다. 소재 공급외에도 완성차 밸류체인에서 비중을 키우겠다는 접근으로도 해석된다.

◆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 노린다…LG엔솔과 핵심 소재 파트너십

도레이첨단소재의 스페셜티 영토는 모빌리티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으로도 폭넓게 확장 중이다.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핵심 소재 공동 개발에 착수하며 첨단 에너지 생태계 진입을 본격화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 금속으로 대체해 무게와 부피를 대폭 줄이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 중 하나로 불린다. 하지만 충·방전 시 리튬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덴드라이트)이 생겨 분리막을 훼손하는 구조적 난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덴드라이트를 억제할 수 있는 소재 단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선행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재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가 역량을 한데 모은 것은 선제적인 시장 장악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배터리 제조사는 신소재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며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도레이첨단소재는 개발된 소재를 즉각적으로 양산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는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초 유분 등 범용 화학 소재 시장이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도레이첨단소재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고 자체적인 미드스트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시의적절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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