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게임업계가 PC·콘솔에서 검증된 글로벌 게임과 IP를 국내 모바일 시장으로 대거 들여오고 있다. 신작 실패 비용이 커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입증된 콘텐츠로 수명과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흥행 타이틀과 외부 유명 IP를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하는 데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용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경쟁작이 급증한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IP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이미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IP로 플랫폼 매출 둔화를 막겠다는 의도다.
넷마블 오픈월드 RPG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사진=넷마블
◆기존 팬덤외에도 새로운 유입층…IP 장기화 한축으로
이 중 넷마블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넷마블은 인기 애니메이션 원작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전작 게임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 작품을 콘솔·PC·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타이틀로 설계해 IP 외연을 최대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신규 IP를 처음부터 알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콘솔·PC에서 검증된 게임성을 모바일로 확장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크래프톤 역시 글로벌 흥행작 ‘팰월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버전을 준비하며 IP 확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원작은 독특한 세계관과 수집·전투 요소를 앞세워 PC·콘솔 플랫폼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크래프톤은 여기에 모바일 이용자 환경에 맞춘 조작 체계와 세션 구조를 더해 ‘PUBG: 배틀그라운드’ 이후 새로운 장기 흥행 축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하는 방식인 만큼 초기 이용자 확보와 해외 진출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IP 재활용·수명 연장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한 번 성공한 IP는 후속작·외전·리부트·플랫폼 확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여기에 웹툰·애니메이션·굿즈 등 2차 콘텐츠를 결합한 ‘슈퍼 IP’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게임 하나가 단일 수익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취급되는 추세다. PC·콘솔에서 시작된 타이틀을 모바일로 옮기는 이식 작업 역시 IP 포트폴리오 전략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팬덤 민감도 신경써야…외부 IP 의존도 과제
다만 IP 재활용 전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디서 본 듯한 게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원작 팬에게는 익숙함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새로운 게임성을 실험하거나 장르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외부 IP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체 오리지널 IP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금 구조와 서비스 방식 역시 고민거리다. PC·콘솔에서 ‘패키지+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던 게임을 모바일로 옮길 경우 배틀패스·코스튬 판매·확률형 아이템 등 모바일식 BM을 어디까지 적용할지가 민감한 문제다.
원작 팬덤은 기존 이미지와 다른 과금 정책에 쉽게 반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익성을 포기하기도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IP 인지도에 기대 이용자를 확보한 뒤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과도한 수익 압박이 작동하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본과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개발사에서는 대형 IP를 활용한 공동 개발·퍼블리싱이 시장 진입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IP 이식 행보가 신작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업계의 방어적 선택과 매출 극대화를 노리는 공격적 전략이라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게임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오리지널 IP와 새로운 게임 경험의 토양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IP도 장르나 플랫폼 다변화하는 자체가 기존 팬덤외에도 신규 팬덤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라며 "단순 이식보다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더욱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공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