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조선 왕조 역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권력자로 꼽히는 수양대군(훗날 세조)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김남길이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몽유도원도’는 '택시 운전사'의 장훈 감독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야심작으로, 이 작품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김남길이, 역대 가장 강렬한 해석으로 평가받는 이정재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수양대군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꾸준히 재현돼온 인물이다. 1963년 영화 ‘단종애사’에서 고 이예춘이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1970년 ‘세종대왕’의 신영균, 1988년 ‘칠삭둥이 설중매’의 고 강신성일까지 시대마다 다른 색깔의 수양대군이 등장했다.
영화 '몽유도원도'를 통해 또 다른 수양대군을 연기할 김남길(왼쪽). 다른 정적이 아니라 바로 아랫동생인 안평대군(김보겸 분)과의 갈등과 대립을 그려 영화 '관상'에서의 이정재와는 전혀 다른 수양대군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에서는 1974년 '충의'에서 백일섭이 수양대군 연기를 한 것을 시작으로, 약 15편이 넘는 작품에서 주요 인물로 다뤄질 만큼, 권력욕과 비정함, 정치적 계산이 응축된 캐릭터로 반복적으로 호출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수양대군 연기의 정점은 단연 영화 ‘관상’이다. 이 작품에서 이정재가 구현한 수양대군은 냉혹한 결단력과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인물로 그려지며 “역대 최고의 수양대군”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특히 김종서와의 정치적 대립 구도 속에서 권력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의 야망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비해 ‘몽유도원도’가 선택한 접근은 결이 다르다. 이번 작품에서 수양대군은 정치적 적수보다 ‘형제’와 맞선다. 바로 아랫동생이면서 세종대왕의 삼남인 안평대군 역에 박보검이 캐스팅돼, 역사적으로도 가까웠던 두 형제의 균열과 파국을 전면에 내세운다. 권력 쟁탈이라는 외부 갈등보다, 정서적 유대가 무너지는 내부 갈등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영화 '몽유도원도'의 포스터. 영화는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지점에서 김남길의 해석이 주목된다. 그는 그간 작품에서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복합적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온 배우다. 단순히 냉혹한 권력자로서의 수양대군이 아니라, 인간적 감정과 야망 사이에서 갈라지는 균열을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절친했던 동생과의 대립이라는 설정은, 권력욕이 인간적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치다.
결국 관건은 ‘강도’가 아니라 ‘결’이다. 이정재가 폭발적 에너지로 캐릭터를 장악했다면, 김남길은 내면의 균열과 감정의 파고로 수양대군을 재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두 연기의 우열을 단순 비교하기보다, 같은 역사적 인물을 서로 다른 결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양대군이라는 인물은 이미 수차례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됐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몽유도원도’가 형제의 비극이라는 새로운 각도를 통해 이 인물을 어떻게 다시 세울지, 그리고 김남길이 그 중심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