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특유의 어눌한 듯 날카로운 호흡과 현실 밀착형 연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배우 송새벽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그 무대는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79회 칸 영화제다.
송새벽은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도라’(감독 정주리)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다. 2023년 영화 ‘화사한 그녀’ 이후 약 3년 만의 복귀다. 이번 복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정주리 감독의 ‘페르소나’가 다시 한번 예술성 짙은 휴먼 드라마 위 섰기 때문이다.
송새벽과 정주리 감독의 인연은 깊다. 지난 2014년, 송새벽은 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도희야’에서 의붓딸을 학대하는 파렴치한 의붓아버지 ‘용하’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영화는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송새벽이 올해 칸에 진출한 정주리 감독의 영화 '도라'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사진=누아엔터테인먼트 제공
12년이 흐른 2026년, 송새벽은 정 감독의 신작 ‘도라’로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이번 작품 역시 제79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며 두 사람의 시너지를 입증했다. 프랑스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감독주간은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이번 영화에서 송새벽이 맡은 ‘연수’는 안도 사쿠라가 연기하는 ‘나미’의 남편이자, 수년째 슬럼프에 빠져 붓을 들지 못하는 화가다. 겉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젠틀한 면모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이는 그간 송새벽이 보여준 필모그래피와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지점에 있다.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방자전’의 변학도나 ‘위험한 상견례’의 현준이 보여준 해학적이고 어수룩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전작 ‘도희야’에서 보여준 날 것 그대로의 폭력성과도 대척점에 서 있다. ‘도라’에서의 송새벽은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억눌린 예술가의 자의식과 모호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한층 깊어진 감정의 층위를 보여줄 전망이다.
영화 ‘도라’는 서울을 떠나 여름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주인공 도라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 평온하던 가족의 질서가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송새벽은 이 소용돌이치는 관계 속에서 침묵과 절제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한다.
이미 ‘도희야’와 ‘다음 소희’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쳤던 정주리 감독의 연출력에 송새벽의 탄탄한 내공이 더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는 충분하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를 깨고 칸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돌아온 송새벽. ‘정주리의 페르소나’로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연기적 정점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