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오정세가 2026년 현재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그리고 스크린까지 동시에 장악하며 이른바 '오정세 전성시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주말 안방극장의 두 드라마가 방영 시간이 겹치거나 맞물리는 이색 풍경을 연출하는 가운데, 내달 초 코미디 영화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다. 대중에게는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캐릭터 변화를 한 시기에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오는 24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JTBC 토일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오정세는 영화사 고박필름 소속의 감독 ‘박경세’ 역을 맡았다. 극 중 박경세는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영화인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지독한 자격지심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대변한다. 오정세는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로 인물의 옹졸함과 열등감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씁쓸한 공감과 실소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신스틸러에서 주연급으로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오정세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거의 동시에 세 개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JTBC '모자무싸'의 박경세, MBC '오십프로'의 봉제순, 영화 '와일드 씽'의 성곤. /사진=JTBC, MBC,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22일 첫 선을 보이는 MBC 새 금토 드라마 '오십프로'에서는 사뭇 다른 결의 인물로 변신했다.
이 작품은 왕년에는 잘 나갔지만, 인생의 절반을 달려오며 온몸이 녹슬어 버린 세 남자가 외딴섬 영선도에서 10년간 묻혀 있던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블랙 코미디로 오정세는 북한 최고의 인간병기였지만 기억을 잃은 특수 공작원 봉제순을 연기한다.
한 주 동안은 두 드라마의 편성이 금·토·일 주말로 이어지다 보니, 시청자들은 매일 밤 오정세가 보여주는 음습한 열등감과 유쾌한 인간미 사이의 온도 차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된다.
여기에 오는 6월 3일 개봉을 확정한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에서의 활약은 변신의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오정세가 맡은 ‘성곤’ 역은 과거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비운의 발라드 왕자다. 그러나 현재는 멧돼지를 쫓는 유해 야생동물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극단적인 설정을 가졌다. 과거의 아련한 스타성과 현재의 거친 야생성이 공존하는 인물로, 앞선 두 드라마 속 인물들과는 외형부터 연기 톤까지 완벽하게 결을 달리한다.
이처럼 세 작품이 같은 시기에 맞물리는 상황은 배우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연기 톤이 비슷할 경우 시청자에게 쉽게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정세는 인물의 직업이나 설정에 기대는 것을 넘어, 걸음걸이와 대사의 호흡, 눈빛의 깊이 자체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각기 다른 인물로 분리해 낸다. 자격지심에 찌든 영화감독,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는 이상한 중년, 그리고 왕년의 스타 출신 사냥꾼이라는 전혀 다른 세 얼굴이 어색함 없이 수용되는 이유다.
과거 다수의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주목받던 오정세는 이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연급 배우로서 확실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과장된 몸짓이나 억지스러운 설정 없이, 텍스트에 숨겨진 인물의 결함을 영리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주말 안방극장과 초여름 스크린을 동시에 통과하는 오정세의 연기 행보가 대중에게 어떤 종합적인 평가를 받아낼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