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역시 지난 봄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영화가 될 것은 영화계 어디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이 작품'에 대한 소문은 애시당초 '천만'이라는 글자가 음영으로 깔리면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서막이 올랐다.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좀비 세계관을 담은 영화 '군체'가 극장가에 등판하자마자 압도적인 파괴력을 과시했다. 단지 개봉 첫날 흥행 스코어의 문제를 넘어, 베일을 벗기 전부터 돌풍을 예고했던 올여름 스크린 최고 기대작다운 위용을 고스란히 증명해 낸 모양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벌써 '군체'를 두고 올해 168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유일한 대항마이자, 또 하나의 천만 영화 탄생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전지현이 11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군체'가 개봉 첫날 올해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2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개봉일인 21일 하루 동안 19만 9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매출액 점유율 74.6%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이는 올해 개봉한 국내외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다. 종전 1위였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15만여 명)의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운 '군체'는 '왕사남' 이후 다소 정체되어 있던 극장가에 가파른 흥행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흥행 돌풍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군체'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올여름 전 세계 영화 시장을 겨냥한 최대어로 손꼽혀왔다. 특히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신뢰감을 미리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폐쇄된 빌딩이라는 공간적 긴장감과 '진화하는 좀비'라는 연상호 감독 특유의 신선한 설정이 칸을 거쳐 국내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배우들의 화려한 컴백과 변신이 흥행 화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배우 전지현이 영화 '암살'(2015) 이후 무려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복귀작이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극장가는 크게 술렁였다. 극 중 생명공학과 교수 '세정' 역을 맡은 전지현은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생존자들을 이끄는 강인하고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티켓 파워를 가감 없이 증명했다.
동시에 최근 영화 '만약에 우리'의 애틋한 멜로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복잡다단한 연기로 주가를 올린 배우 구교환의 합류도 신의 한 수가 됐다.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고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강렬한 악역으로 돌아와 전지현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처럼 신뢰감 높은 배우들의 연기 대결과 입체적인 캐릭터 분석은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극장가 관객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최근 잇단 멜로 연기에서 특장점인 악역으로 돌아온 구교환에 대한 기대감도 '군체' 초반 흥행의 요소가 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실제 관람객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CGV 에그지수 역시 87%를 기록하며 대체로 긍정적인 신호탄을 쐈다. 이야기 전개와 개연성 측면에서 일부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도 존재하지만, 전지현의 열연과 구교환의 서늘한 변신, 그리고 시각적인 쾌감에 대해서는 이견 없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극장가 일각에서는 '전지현의 두 번째 천만 영화' 타이틀 획득이 가시화되었다는 이른 분석까지 흘러나온다.
주말을 앞둔 예매율에서도 '군체'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군체'의 실시간 예매율은 49.3%, 예매 관객 수는 26만 3000여 명으로 2위인 '마이클'(12.9%)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이 이른바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오프닝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오프닝이 '압도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왕사남'의 경우 오프닝은 결코 압도적이지 않았다. 서서히 피어오른 후 오래, 강하게 타올랐었다. 그러니 '군체'가 시작만 요란한 게 아니고 진짜 '왕사남'의 옆에 설 수 있는 지 아닌 지는 앞으로 2주가 고비라고 영화계에서는 내다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부터 스크린을 집어삼킨 연상호 감독의 좀비 신작이 올여름 극장가에서 어떤 기념비적인 흥행 이정표를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