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공정거래 원칙을 담은 협약 이후 건설사 상생협력이 ‘약속’에서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협력사의 금융·자재·계약·안전 부담을 낮추는 각사 지원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원·하도급 현장의 상시 협력 구조로 굳히는 일이 다음 단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공정거래 원칙을 담은 협약 이후 건설사 상생협력이 ‘약속’에서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상생협약 참여 건설사들은 협력사의 자금·조달·계약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대한전문건설협회와 시공능력평가 상위 19개 종합건설사가 하도급대금 적기 지급과 유보금 관행 폐지, 원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부당특약 점검, 하도급분쟁 해결기구 설치 등을 공통 원칙으로 묶은 뒤 나온 후속 움직임이다.
구체적으로 현대건설은 계약 단계부터 불공정 소지를 줄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2일 협약 과제 이행 방침을 밝히면서, AI 기반 계약서 검토 시스템을 활용해 유보금 설정 등 부당특약 가능성이 있는 조항을 사전에 살피고, 단열재·방수재·도료 등 주요 지급자재를 선확보해 협력사의 조달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안전관리 지원도 병행한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 리더십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안전등급제와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 중이다. 166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와 연간 약 900억 원 규모의 안전 투자도 협력사의 경영·현장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협력사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건설은 하나은행·신용보증기금과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1200억 원 규모의 대출보증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롯데건설과 하나은행이 총 80억 원을 출연하고, 신용보증기금이 이를 바탕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구조다.
선정된 파트너사는 기업별 최대 30억 원, 최장 10년까지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롯데건설은 기존 150억 원 규모의 무이자 직접 대여와 57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도 운영해 온 만큼, 이번 보증 지원으로 협력사의 자금 조달 선택지를 넓혔다.
건설사별 지원 방식은 다르지만 협력사가 마주하는 부담이 공사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계약 조건과 자재 수급, 안전관리 비용, 운전자금 조달 등이 공사 과정 전반에 걸쳐 맞물리는 만큼, 상생협력도 하나의 지원책보다 현장 여건에 맞춘 복합적인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관건은 각사의 금융·자재·안전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원·하도급 협력의 상시 구조로 자리 잡느냐다. 이를 위해 공정위와 전건협, 종합건설업계는 하반기 중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협약 이행 상황과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공유하기로 했다. 자율 협약인 만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보는 상시 점검 창구를 두는 셈이다.
협약의 틀도 넓어진다. 공정위와 전건협은 내달 24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21~50위 종합건설사와도 상생·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선 상위 19개 사 협약에 이어 참여 대상이 상위 50개 종합건설사로 넓어지면서, 원·하도급 거래 개선과 협력사 지원 논의도 종합·전문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수순이다.
전건협 관계자는 “상위 건설사들이 금융·계약·안전 등 각 분야에서 협력사 지원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만큼, 이런 사례가 현장 거래 관행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달 24일 예정된 시공능력평가 상위 21~50위 종합건설사와의 협약까지 마무리되면 상생협력 대상을 상위 50개 사로 넓히고, 원·하도급 간 협력 모델도 업계 전반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