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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어 양자 키우는 미·중… 한국은 원천기술 숙제

입력 2026-06-25 16:12:36 | 수정 2026-06-25 16:32:03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미국이 양자컴퓨터 개발과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일정을 앞당기며 양자기술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통신3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양자 기술의 산업 적용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원천기술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AI 이미지



25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양자기술 혁신과 첨단 암호 공격 대응을 위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오는 2028년까지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국가 기밀을 다루는 연방정부 시스템의 PQC 전환 시점을 기존 2035년에서 2031년으로 4년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부와 상무부, 국방부가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양자센서 프로젝트를 각각 맡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양자기술을 미래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지정했으며, 시장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6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의 양자기술 투자 규모는 약 150억 달러로 미국(38억 달러)을 크게 웃돈다.

양자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컴퓨팅 기술을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공개키 암호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최근 GPS 교란 사례가 늘면서 위성 신호 없이도 정밀 측정이 가능한 양자센서 확보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IBM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역시 오류정정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양자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최근 미래 네트워크 보안 전략인 'E2E 퀀텀 시큐리티'를 공개했으며, SK텔레콤은 유럽연합(EU) 연구기금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양자키분배(QKD)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PQC 기반 네트워크 전환과 공공·금융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통신·금융·교통·국방·우주 등 5개 산업을 대상으로 PQC 시범 전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LG CNS는 다음 달 열리는 '퀀텀 코리아 2026'에서 양자컴퓨팅 기반 최적화 기술 개발 성과를 처음 공개한다. 제조와 도시 안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기존 컴퓨팅과 양자컴퓨팅을 결합한 '양자 증강형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산업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 AI 다음 경쟁은 원천기술… 한국은 연구 생태계 과제

업계에서는 최근 양자기술을 둘러싼 흐름을 AI 이후 산업 경쟁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연산 효율과 전력, 반도체, 데이터 전송 등 물리적 한계가 부각되면서 양자컴퓨팅과 광통신, 우주 등 기초기술의 중요성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AI 투자와 함께 양자기술, 광통신, 우주 분야까지 장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서비스 경쟁을 넘어 미래 산업을 떠받칠 기술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연계한 인재 육성과 연구 기반 확충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연구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상용 양자컴퓨터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구축된 IBM '시스템 원'이 유일하며, 올해 정부의 양자 연구 예산은 2803억 원으로 AI 예산의 3% 수준에 머문다. 광통신 분야 역시 연구 인력 부족으로 학문 기반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으며, 항공우주 분야도 전문 인력과 연구 생태계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원천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구조와 차세대 통신, 에너지 효율 기술까지 함께 발전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경쟁이 차세대 컴퓨팅과 원천기술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양자컴퓨팅 역시 반도체와 통신, 바이오, 국방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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