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술품,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과 권리를 쪼개어 거래하는 ‘조각투자’가 마침내 제도권 정규 증권시장 무대에 오른다. 또한 내년 2월부터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결합한 ‘토큰증권(STO)’의 제도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돼 국내 자본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대형 자산 중심의 유동화 시장이 '리테일형 대체투자 시장'으로 변경·확장되는 현실은 증권업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미술품,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과 권리를 쪼개어 거래하는 ‘조각투자’가 마침내 제도권 정규 증권시장 무대에 오른다./사진=김상문 기자
18일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과 권리를 쪼개어 거래하는 ‘조각투자’가 마침내 제도권 정규 증권시장에 편입된다. 한국거래소(KRX)는 최근 ‘신종증권시장 개설 안내’ 설명회를 열고 오는 11월 16일 장내 신종증권시장을 공식 개설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앞서서 거래소는 시스템 안정성과 거래 인프라를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오는 10월 6일부터 11월 13일까지 6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2023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은 지 약 3년 만에 본격적인 장내 유통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이번에 개설되는 신종증권시장은 기존 정형화된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비정형적 권리를 증권화한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을 취급하게 된다. 고가의 미술품, 부동산 빌딩, 한우(가축 사육), 영화·공연 제작 투자, 음원 저작권료 청구권 등 실물 자산 기반의 상품들이 대표적인 상장 대상이다.
투자자들은 기존 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국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신종증권을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단, 시장 초기 건전성과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매 시간은 주식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내로 한정된다. 또한 시장가 주문 없이 '지정가 주문'만 허용될 예정이다.
상장 문턱과 투자자 보호장치도 상당히 꼼꼼하게 마련됐다. 장내 시장에 상품을 상장하려는 발행인은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상품 만기까지 10억원 이상(또는 발행총액의 5%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상장 상품 요건 역시 기준시가총액 30억원 이상, 상장증권 총수 10만 증권(또는 10만 좌) 이상을 충족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상품 공급처 부족으로 개설이 지연됐으나 최근 상장 요건을 충족한 유력 발행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출범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거래소의 신종증권시장이 기존 예탁결제원 시스템 기반의 전자증권 방식으로 유통되는 한편, 내년 초부터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결합한 토큰증권(STO)의 제도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오는 2027년 2월 4일 개정 전자증권법(토큰증권법)이 시행되면 분산원장을 이용해 권리를 직접 기록·관리하는 토큰증권 방식의 발행이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과거 특정 플랫폼이나 가상자산 규제 회색지대에 머물렀던 디지털 자산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의 제도적 테두리 안으로 완벽히 포섭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발행사는 규제 환경과 상품 특성에 맞춰 한국거래소의 장내 전자증권 시장에 상장하거나, 혹은 분산원장 인프라를 활용해 장외 시장에서 토큰증권 형태로 유통하는 등 유연한 발행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제도화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절차도 본격화됐다. 지난 8월 10일 NXT컨소시엄과 한국디지털거래소(KDX)는 금융위원회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본인가 신청 서류를 공식 접수했다. 금융당국은 신청 서류 심사와 현장실사, 외부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11월 한국거래소의 장내 신종증권시장 개설과 내년 장외거래소 본인가, 토큰증권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자산 중심의 유동화 시장이 일반 대중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리테일형 대체투자 시장'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1월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 개설에 대해 "조각투자가 정식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안착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정리하면서 "향후 토큰증권법 시행과 함께 장외거래 플랫폼까지 안착하면 미술품·부동산을 넘어 지식재산권(IP), 인프라,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비정형 실물자산의 유동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