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10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세상에 다시 나온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가 관객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목소리에 힘입어 기적처럼 상영관 확대를 이끌어냈다.
개봉 초기의 턱없이 부족했던 스크린 배정 위기를 넘어서, 역사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뜨거운 분노와 실천이 극장가의 굳게 닫힌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는 이 파도를 더욱 넓고 깊게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난 26일 개봉 당시 영화 '귀향'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 상영관은 CGV 6개, 롯데시네마 23개, 메가박스 8개 등 전국을 통틀어 총 37개관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이자 업계 1위인 CGV의 스크린 배정 비율은 전체의 3.4%에 그치는 등 명백한 ‘푸대접’ 논란이 불거졌다.
47명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5명으로 줄어든 지난 10년의 시간을 다시 시민의 힘으로 일으켜보고자 하는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개봉관이 확대되는기적을 만들어냈다./사진=커넥트 픽쳐스 제공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영화가 개봉했다는데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작품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횡포가 심각하다”는 분노 섞인 관객들의 항의와 불매 여론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시민들은 항의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수원사(나눔의집 세영스님)와 수원시청 등지에서는 자발적인 단체 대관 상영이 속속 추진되었다. 단 하나뿐이었던 CGV 인천의 22시 50분 심야 상영관에는 영화를 지켜내기 위해 밤늦게 모여든 시민들의 예매 열풍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사회의 집단적인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 나눔의 집, 정의기억연대 등 7개 주요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영화 '귀향'은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역사를 기억할 기회를 좁히지 말라"고 극장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 같은 긴박한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큰 울림을 더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는 용기에 함께 해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이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응원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이제 단 다섯 분만 생존해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을 지키고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더 많은 시민들의 동참과 관심을 호소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영화 관람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우리의 역사를 지키는 숭고한 행위임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매 운동과 단체들의 절박한 성명,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연대 목소리는 마침내 실질적인 극장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들끓는 여론과 끊임없는 예매 요청에 응답하여 CGV 측은 개봉 이틀 뒤인 8월 28일(금)부터 상영관을 30개로 대폭 추가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개봉 당일 전국 37개관(CGV 6, 롯데 23, 메가박스 8)이라는 참담한 숫자로 시작했던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불과 이틀 만에 전국 총 71개관(CGV 30, 롯데 23, 메가박스 8)으로 스크린을 대폭 늘리며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관객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얼어붙어 있던 극장가의 굳은 문을 열어낸 값진 성과였다.
국내에서 일어난 연대의 온기는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호주 멜버른(멜번평화의소녀상 주관) 도크 도서관 무료 상영회를 필두로 시드니, 뉴질랜드, 독일 베를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상영회’가 확정되거나 추진되는 등 전 세계적인 기억의 운동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0년 전, 358만 명이라는 기적 같은 관객 수로 세상에 알려졌던 '귀향'의 메시지는 오늘날 좁은 스크린의 벽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다. 이제 공은 다시 시민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상영관 확대를 이끌어낸 동력이 시민들의 목소리였다면, 이 영화를 완성하고 역사를 지켜내는 것은 직접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실천이다.
단 5명만이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시간 앞에서,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를 관람하는 행위는 잊혀가는 역사를 다시 우리 가슴 속에 켜켜이 세워놓는 약속이자 다짐이다. 시민들이 다시 한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만들어낼 ‘기억하려는 노력’이 이번 주말 전국 71개 상영관에서 뜨겁게 이어질 전망이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