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는 28일 새로 임명해야 할 두명의 대법관 후보자 중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후보자로 재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에 임명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대법원장에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7개월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으로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오랜 숙고를 해온 청와대는 이날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명시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에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에 있는 제청권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보다 상위의 권한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또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다. (제청권은)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대법관 제재청 요구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사상 처음이다.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김동현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승만 전 대통령 사례를 들며 “대통령의 임명권 자체가 실질적인 심사 재량 내포하고 있다. 대법원장 제청권에 귀속되지 않는 권한으로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가 법률 검토 후에 내린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라며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상호 견제의 한 방식으로서, 제청이 각 기관에 대한 존중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6.8.28./사진=연합뉴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와 함께 청와대는 최근 민주당에서 제기된 대법원장의 자진철회 방식이나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하지 않는 방식 등을 취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손봉기 후보자 제청 과정이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지난 1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대법원장은 7개월이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였다”며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강 수석대변인은 “손봉기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법원조직법에 따라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사실도 국회에서 확인됐다”면서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 판단된다”면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현재 상태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인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이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가 제재청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이후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한편 이날 청와대가 제재청 요청을 공식화함에 따라 이후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남는데, 윤 부장판사의 경우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사실상 제청이 어려워졌다.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기 부장판사의 제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부장판사 제청을 염두에 두고 있나’란 취재진의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