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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면 접는다"…제약업계, ‘살릴 약’ 선별 포트폴리오 재편

입력 2026-09-30 16:09:18 | 수정 2026-09-30 16:09:18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1만1959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약가 재평가를 앞두고 제약사들이 품목별 경제성 분석에 들어갔다. 약가 방어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할지, 재평가 시점을 늦출지, 저매출 품목의 생산·허가를 유지할지 등을 놓고 제약사들의 ‘품목 다이어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약가 재평가를 앞두고 제약사들이 각 약품들에 따른 경제성을 분석하기에 나섰다. 이로 인해 제약사 별 포트폴리오도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사진=AI 이미지 제작



30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약가 재평가 최종 대상은 1만1959개 품목이다. 전체 1만3958개 품목 가운데 1999개가 제외됐으며, 최초 대상 목록과 비교해 55개 품목은 2차 재평가 대상으로 이동했다.

제약사들은 오는 10월31일까지 재평가 대상 품목에 대한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또는 임상시험 실시 여부와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 등을 입증해 약가 인하 폭을 줄이거나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환자 진료상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거나 약가 인하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등을 입증하면 1차 재평가 품목을 2차로 조정하는 방안도 신청할 수 있다.

◆ 1만1959개 약값 재평가…제약사 ‘살릴 약’ 선별

이번 재평가에서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약가 인하율뿐 아니라 품목별로 약가 방어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향후 수익성이다.

일반 제약사 제품은 올해 9월1일 기준 동일제제 최고가를 기준으로 2027년 4월부터 51%, 2028년 49%, 2029년 47%, 2030년 4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현재 가격이 해당 연도 조정가격보다 낮은 품목은 추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동일제제 최고가를 100으로 놓으면 53.55%에서 45%로 조정되는 경우 최종 가격은 기존 대비 약 16% 낮아진다. 다만 품목별로 생동성시험 또는 임상시험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기준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실제 적용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연차별 조정가격을 그대로 적용받지만 하나만 충족하면 해당 가격의 80%,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64% 수준이 적용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보유 품목별로 시험 수행 여부와 원료 사용 현황 등을 다시 확인하며 약가 방어가 가능한 품목을 추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상 품목이 많은 회사일수록 대응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공개된 최종 목록을 업체별로 집계하면 한미약품이 232개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종근당 200개, 대웅바이오 188개, 한국휴텍스제약 181개, 하나제약 177개, 이연제약 161개, 신풍제약 143개, 동국제약 142개 등이었다.

다만 대상 품목 수가 많다고 해서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이나 이익 감소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품목별 처방·청구액과 현재 약가, 생산원가, 동일제제 내 가격 수준 등을 함께 확인해야 실제 영향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매출 제네릭 중심 ‘품목 다이어트’ 가능성

유한양행 연구원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유한양행


이번 재평가는 제약사들의 제네릭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으로도 주목된다. 약가 인하로 예상되는 매출 감소액이 크지 않은 품목이라도 생동성시험과 품질관리, 생산 및 유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품목을 유지할 경제적 유인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일수록 품목별 수익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할 수 있다. 대형사의 경우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수출 등 다른 사업에서 약가 인하 충격을 분산할 여지가 있지만 제네릭 비중이 높은 업체는 개별 품목의 수익성이 사업 지속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2차 재평가로 넘기는 것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대응 수단이다. 2차 재평가로 조정될 경우 약가 인하 시점이 2027년 4월에서 2030년 10월로 약 3년6개월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기존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만큼 품목별 매출 규모에 따라 재평가 시점을 늦추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약가 방어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혁신형·준혁신형 기업 제품에 적용되는 특례도 변수다. 혁신형 기업은 일정 기간 약가 조정이 유예되고 준혁신형 기업 역시 별도 기준에 따라 조정 시점을 늦출 수 있다. 다만 특례 적용 이후에도 장기적으로는 약가 조정이 이뤄지는 만큼 제약사들은 단기적인 유예 효과와 품목 유지 비용을 함께 따질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 재평가가 단순히 건강보험 약제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제네릭 시장의 품목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품목 경쟁을 벌여온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처방 규모가 크거나 생산 효율성이 높은 품목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가 의약품이 시장에서 빠르게 빠지면 특정 성분이나 제형에서 공급업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생산 중단 품목과 대체 공급처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정부 역시 약가 인하에 따른 재정 절감 효과와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평가는 단순히 약가가 몇 퍼센트 내려가는 문제를 넘어 회사가 각 품목을 계속 보유할 만한 경제성이 있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매출 규모가 작고 마진이 낮은 제네릭은 약가 방어에 필요한 비용까지 감안해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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