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북 전후로 도쿄→평양→서울→베이징 세밀한 동선 이례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떤 카드를 내밀어 북미간 빅딜을 성사시킬지 주목된다.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북미 대화 기류가 지난달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살아나면서 이어진 북미간 물밑 협상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논의할 현안과 관련해 핵리스트 신고 등 완전한 비핵화 검증과 제재완화 조건을 맞교환하는 등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 전후로 도쿄, 서울·베이징을 연달아 방문해 한중일 각국 지도자 및 외교수장들을 만나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은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조건부 형태의 '비핵화 빅딜'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4일 논평에서 "제재 해제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문제는 북미 협상 진전과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은 계획과 진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이뤘던 것보다 더 큰 진전을 이룩했다"고 밝혔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내신브리핑에서 "이번 방북을 통해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 협의를 가질 것이고 북미 접촉 내용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며 기대했다.

특히 강경화 장관은 "다만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간) 입장차이가 좁혀졌나' 라기보다는 우리가 종전선언을 왜 하려고 하는지 취지에 대한 미국측 이해가 훨씬 더 깊어졌다. 핵 신고-검증도 중요하지만 비핵화 어느 시점에서 해야 하는지는 결국 북미 협의서 나와야 한다"고 언급해, 북측의 상응조치 요구에 대해 미국이 협상에서 어떤 교환조건을 내밀지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통해 보다 진전된 비핵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종전선언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핵신고가 완전하지 못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비핵화 초기 조치가 과감하게 이뤄진다면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준다는 조건부 합의가 이번 방북에서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우정협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실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서 종전선언할 의지가 있겠느냐도 확인해야 한다. 북한이 교환 의지를 표명한 것이 무엇인지, 미국이 이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하는 등 서로의 교환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 또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무기 핵시설 핵물질을 신고하고 미국은 종전선언과 남북경협 대북제재를 예외로 풀어주는 최소한의 양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양측 입장이 대치되는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로 부분적인 양보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직까지 미국은 대외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제재 외에 유엔 안보리 제재도 완전히 유효하다"며 "우리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4차 방북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동행한다.

미국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자고 북측에게 제안한 실무협상도 이번 방북 후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 양측이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어떤 조건을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월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회동한 사실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동에 대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다"며 "매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 많은 일이 남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사진=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