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4.8% 무증상·클럽 방문객 3112명 연락두절
"'낙인 말고' 자발적인 검사 여건 조성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번 '이태원 클럽' 확진자들을 계기로 다시 창궐한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4월말부터 5월 6일 새벽까지 연휴기간 동안 확진자들이 방문한 클럽에는 최소 5000여명 이상 들락거렸고 이중 3112명이 연락두절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11일 오후 12시를 기준으로 86명(서울51·경기21·인천7·충북5·부산1·제주1명 순)으로 확인됐고, 이중 34.8%가 무증상자로 밀접접촉에 따른 2차감염이 우려된다.

이미 클럽을 방문했던 한 확진자의 가족(누나)·지인 등 2차감염(11일 오후12시 기준 23명 확진)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로 인한 3차감염이 나올 경우 지난 한달 넘게 잠잠하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3차 감염자는 없지만 11일 0시를 기준으로 10일 하루동안 신규 확진자 35명 중 국내발생 29명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 경기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달간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한 골목이 비교적 한산하다./사진=연합뉴스
신원 노출을 꺼리고 다자간 접촉 가능성이 적지않은 클럽 방문객들 특성상, 이번 사태로 인한 확진자에 남성 간호사·군인·외국인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인 지역사회 집단감염이 우려된다.

문제는 연락두절된 3112명을 비롯한 클럽 접촉자들이 2차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전 증상 유무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사 받아 확진 유무를 가려낼지 여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거주지 주소나 직장명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확진자가 거주한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하는 세부동선 정보만으로도 확진자의 지인들은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다.

또한 확진자가 다니는 회사나 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공지문자가 캡처 형식으로 무분별하게 유포되어 개인 사생활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방역에 전혀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방역망 밖으로 숨게 만든다는 비판이 크다. 클럽 방문자에게 낙인을 찍어 당사자들이 코로나 검진을 주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클럽 접촉자들을 향해 "이태원이나 블랙 갔다온 애들아 절대 검사받으러 가지마"·"팬데믹 올때까지 무조건 버텨"·"어차피 안 죽고 대구처럼 팬데믹 오면 동선공개도 안돼"·"직장인이면 무조건 버텨"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캡처가 온갖 SNS에 돌면서, 아우팅(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 운영진은 "(사이트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가짜뉴스"라며 "관련 게시글의 2차 공유를 중단해주길 바란다. 이용자와 운영진은 도덕적인 사회규범을 준수한다"고 밝혀 논란 해소에 힘썼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 진료에 힘쓰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11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확진자별 동선 공개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와 시간만 공개해야 한다. 확진자 개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는건 방역에 일절 도움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확진자 개인에 대한 비난과 방역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앞선 신천지 사태에서도 알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아무런 필터링 없이 온갖 정보가 쏟아졌다. 확진자 동선에 있던 잠재적 접촉자들에게 분명한 경각심만 일깨우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질본과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등에서 의료기관의 코로나 검사 비용에 대한 보장을 확실해 해주는 등 의료진이 방역 차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심평원 지침이 병원측에 실질적으로 보장해서 (검진비용) 삭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의 한 공보의 또한 이날 본지의 취재에 "바이러스 감염이 범죄처럼 취급되어선 안된다"며 "유증상자든 무증상자든 해당 동선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낙인 찍히는 걸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된 형태로 2차, 3차 팬데믹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며 "어디서든 누구에게서라도 감염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인데 많이 모이고 접촉 많은 곳이라면 어디에선가 일어날 일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더욱이 이번 '이태원 클럽' 사례는 최초 감염경로도 불명확하다. 성급하게 단정 짓기 어렵다"며 "확진자의 의료정보 공개와 알 권리는 그 정도와 범위를 냉정하게 제한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