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이상직, 거액 배임·횡령 혐의
한차례씩 M&A 엎어지기도…현재는 순항 중
아시아나, 대한항공과 통합 이후 장거리 노선 승부 전망
이스타, 시장 재진입 시 기존 대비 경쟁사 늘어 고전 예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사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실질적 지배자의 범죄 행위 등 양사에는 다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각사별 인수·합병(M&A) 이후 벌어질 상황은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지난 5월 12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좌)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우)이 지난 4월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전주지방법원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사진=연합뉴스


7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달 12일 밤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행위를 부당 지원·사익 편취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등 계열사와 협력사, 해외 기내식 업체 게이트 고메 코리아를 동원해 총 2906억원을 금호고속에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은 박 전 회장의 범죄 혐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보고했다.

박 전 회장은 두 회사에서만 아시아나항공에서 배임 6917억원, 에어부산에서는 횡령 360억원 등 총 7277억원에 달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마찬가지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도 지난 4월 28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주식 시가나 채권 가치 등과 관련,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필요한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관련자들에 대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의원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이 555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횡령 사례 중에는 이스타홀딩스 자금으로 딸 명의의 포르쉐 자동차 리스 비용 1억1062만원을 낸 점과 여의도 고급 오피스텔 보증금·임차료 9246만원을 대납한 혐의가 있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이득액이 50억원을 상회할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시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사법 당국은 박 전 회장과 이상직 의원 모두 각각의 배임 또는 횡령 액수가 5억원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려 집행유예 없는 법정 구속도 가능하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경영주들의 신변과는 별개로 다행히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인수자를 구해 M&A가 순항 중이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장고 끝에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했고, 두 항공사의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은 통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전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차례로 통과하고 있어 글로벌 10위 이내 메가 캐리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에는 더욱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역시나 이내 결국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게 됐다. 이후 나락으로 떨어지던 이스타항공은 직원 정리 해고를 단행하며 파산론까지 나왔다. 사측은 인수 희망자를 찾는다며 구성원들을 희망 고문까지 했다.

이후 법원은 정재섭·김유상 공동 관리인을 지정했다. 현 관리 체제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인수 희망자를 모집해 현재 10여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다.

한편 두 회사 모두 M&A가 한차례 엎어졌던 만큼 비슷한 이유로 송사에 휘말려있다는 점도 같다. 지난해 11월 5일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계약금 몰취 소송을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계약금 2177억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질권을 해지해달라는 취지에서다.

   
▲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M&A가 무산되자 지난해 9월 이스타홀딩스와 대동 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계약금과 경영 지원 대여금 등 총 234억5000만원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스타홀딩스는 올해 4월 제주항공에 매매 대금 50억여원을 내놓으라며 반소를 냈다. 한편 최근 이스타항공은 회사가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M&A가 마무리 되고 나면 양 사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시스템 통합 등 제반 사유로 2~3년 간 독자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홀로서기의 다음 단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몸이 된다는 얘기다. 이 시점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대한항공 단일 브랜드로 완전 흡수되는 만큼 평년과 같이 장거리 노선으로 승부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스타항공은 다소 험난한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LCC 특성상 국내선이나 근거리 국제선에 다수 취항하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관련 업계 1위 제주항공부터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까지 이미 여객 취급을 주 사업으로 하는 경쟁사들이 포진해 있고 다음달에는 에어프레미아가 보잉 787-9을 띄울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이 시장에서 발을 빼던 때보다 재진입을 하는 순간에 경쟁사가 3개나 늘어나 있는 셈이다. 할인이 일상 다반사인 LCC 업계는 사실상 고속버스 승차권보다 낮은 가격에 항공권을 팔고 있어 끝 없는 치킨 게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저수익 모델의 함정에 빠져 너도 나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이스타항공이 국토교통부 운항 증명(AOC)을 받고 다시 비행에 나선다 해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공산이 큰 이유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