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 샤이 이재명 기대하지만 가설에 불과…정확한 추산도 힘들어
여론조사서 부동층 줄고 있어…'문재인 vs 윤석열' 구도에도 정권교체론 50%초반 '공고'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적폐 청산' 발언을 계기로 정면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 발언에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대선 정국이 '이재명-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로 급변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샤이 이재명' 표심이 있다고 보는 분석이 나온다.

'샤이 이재명' 표심은 이 후보를 드러내 놓고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오는 3월 9일 투표장에 가 이 후보를 찍으려고 하는 숨어있는 유권자층을 말한다.

이러한 관측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0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 정책 협약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7일 이 후보의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후보(이재명)에 대한 네거티브가 워낙 많아 지지자들이 맘 놓고 의사를 표시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지지자'인 방송인 김어준 씨 또한 지난 4일 유튜브에서 "평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꽤 된다"며 "샤이 이재명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또한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선택할 샤이 진보층이 3~5%는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전문가들 상당수는 '샤이 이재명이라는 표심이 존재한다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 미국 대선 당시 '샤이 트럼프' 유권자들이 상당수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국 대선 구도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숨겨진 표심이라는 주장은 여야 어느 쪽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설에 불과할 뿐더러 정확한 추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권교체론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50% 초중반대로 고공행진을 거듭할 정도로 공고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시행된 일련의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하거나 무응답한 부동층이 다소 줄고 있다. 부동층이 줄어들수록 숨어있는 표심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각 여론조사별로 모집단과 질의응답 문항 조건이 달라 부동층이 실제로 누구를 지지하고, 그들이 이번 투표장에 갈지, 간다면 누구를 선택할지 하나로 잘라 말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권교체론은 어떤 여론조사에서든 낮아봤자 40%대 후반, 높으면 50%대 후반으로 집계될 정도다. 정권유지 여론과 비교하면 10%포인트에서 최대 20~25%포인트까지 큰 격차를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에 대해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 후보가 윤 후보와 박빙 지지율을 이어 가는 것을 보면 '샤이 지지층'이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런 주장은 오히려 이 후보가 흠결이 커 지지자들이 숨어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 전략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걸 염두에 두고 있으면 오히려 해석하는 데 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도 이날 "유의미한 변수는 못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별로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또한 이날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는 윤석열 후보의 샤이층이 아직은 (이재명 후보 샤이층 보다) 조금 더 많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관측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9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대선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세월호 유족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11일 본보 취재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서 지지하지 않고 있는 '친문반이' 지지층에 대한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맡으면서 우상호 총괄본부장이 '문 대통령을 퇴임 후 지켜낼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언급한 것 등 '샤이 이재명' 표심으로 결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판을 흔들기 위해선 갖고 있는 모든 패를 꺼내들고 함께 표심 결집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경합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윤석열 후보의 적폐 발언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이 후보로 한층 더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민주당은 사활을 걸고 총력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연일 윤 후보를 향해 '문 대통령을 지키자'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3월 9일 제 20대 대통령선거까지는 단 26일 남았다. 4주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오는 15일부터다. 이 후보가 앞으로 또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게임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