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물 지수, 우크라 사태로 오름세…전년 동기비 46.55%↑
국제 항공유가, 1년 전비 96%↑…환율도 연중 최저비 128원↑
대신증권 "KAL, 1Q 예상 영업익 5553억…화물 운임 강세 덕"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국내외 주요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으로 수익 창출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환율 상승 등 각종 리스크가 터져 나오는 등 경영 실적 압박 요인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 대한항공 화물기 B747-8F./사진=대한항공 제공

13일 TAC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의 발틱 교역 항공 운임 지수(BAI)는 지난해 12월 킬로그램당 12.27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달 9.68달러로 주저앉았다. 홍콩-유럽 노선의 경우도 같은 기간 최고 8달러에서 5.8달러로 내렸다. 운임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글로벌 물동량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춘절로 인한 수요·생산량 둔화 등 비수기가 꼽혔다.

이처럼 항공 화물 운송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실적 악화가 우려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이 뜻하지 않게 이를 막아주는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항공청이 유럽 연합(EU) 회원국적 항공사들에 대해 자국 영공 통과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어 공급 축소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발틱 해운 거래소 관계자는 "길어지는 양국 간 전쟁의 여파로 단기적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지난해 1월 11일부터 지난 6일까지의 프레이토스 항공 운임 지수(FAX) 그래프./자료=프레이토스 데이터(Freightos Data)

이와 관련, 본지가 프레이토스 항공 운임 지수(FAX, Freightos Air Freight Index)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11일부터 3월 7일까지의 상하이-북유럽·영국 간 항공 화물 운임은 킬로그램당 평균 6.38달러였다. 반면 올해 1월 10일부터 지난 6일까지는 9.3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55% 상승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대한항공의 1분기 총 매출액은 1조7925억원이다. 이 중 화물 사업은 1조3530억원을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총 매출액 8471억원 중 화물 사업에서 6105억원을 거둔 바 있다.

FAX 수치만 따지고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큰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4일 기준 국제 항공유가./자료=국제민간항공기구(IATA)

하지만 국제 사회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로 인해 3차 석유 파동이 우려될 정도로 국제 유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67달러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도 배럴당 109.33달러에 거래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제 항공유가는 배럴당 평균 141.7달러로 1주일 전 대비 27.5%, 1년 전보다는 96.2% 올랐다.

요동치는 국제 원유 가격에 따라 환율 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37원으로, 1년래 최저점인 1108.5원보다 128.5원이나 높다.

대한항공은 IR 자료를 통해 지난해 △1분기 3281억원 △2분기 4006억원 △3분기 4822억원 △4분기 5891억원 등 유류비로 총 1조8000억원을 소비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항공유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정해진 가격에 미리 사두는 헤지 거래 방식을 채택한다. 유류 구매 비용과 규모는 판매사와의 계약 관계와 원가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대외비로 취급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고유가 기조가 길어질수록 항공사별 영업이익률 하방 압력도 커진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급유량이 5개년 평균 3000만배럴이라며 항공유 가격이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한화 약 371억1000만원)씩 손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대한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또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항공기 제반 관리 비용은 상당 부분은 달러로 결제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환율이 높아지는 것도 항공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한항공 측은 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환차손 490억원, 현금 흐름 차원에서는 190억원 가량 발생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당기순손실이 386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혼조세에 실적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양대 항공사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지환·이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에도 대한항공 1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5553억원으로 예상돼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항공 화물 운임 강세가 고유가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