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이 2011년 개원 이래 초기 K-팝 중심에서 전통예술, 클래식 등을 아우르는 현지 K-컬처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한국 문화콘텐츠 호감도 상승 폭과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다. 신재광 주스페인한국문화원장은 이러한 관심에 맞춰 문화원의 접근 방식을 일방적 소개에서 ‘현지인의 직접 참여 및 공동 창작’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숏폼 영화 및 인스타툰 공모전 등 참여형 프로젝트를 확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는 지난해(2025년) 스페인 카르타헤나 음악축제 ‘La Mar de Músicas’의 주빈국 사업이 꼽힌다. 당시 K-팝부터 퓨전국악, 록까지 다채로운 한국 음악을 선보여 현지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만 팬층이 중장년층까지 넓어지면서 연령별 이해도에 맞춰 콘텐츠 형식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정교한 큐레이션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스페인 역대 최대 규모의 K-문학 축제./사진=주스페인한국문화원 제공
향후 스페인 내 한류는 대중음악을 넘어 K-클래식, 전통 공연예술, 현대 미술 등 ‘기초 예술’ 분야로 확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현지 문화기관과의 협업 제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공동 제작 등 구조화된 협력 모델이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원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현지 선호도 2위를 기록한 ‘문학(K-Literature)’이다. 지난해 스페인 최대 현대문학축제 ‘KOSMOPOLIS’와 ‘LIBER 국제도서전’ 참가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 배치했다. 나아가 웹소설, 그림책 등으로 장르를 확장하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소비 환경에 맞춘 유통망 다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신재광 원장은 민간과 정부의 노력이 어우러져 지금의 한류 붐이 완성되었다고 공을 돌리며, 대중문화에 비해 교류가 적은 기초 예술과 전통문화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앞으로도 현지인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한류의 뿌리를 유럽 땅에 단단히 내리겠다는 포부다.
신재광 주스페인한국문화원장 일문일답
Q1. 현지 한국문화원의 역사와 한인 사회에서의 영향력에 대해.
신재광 원장(이하 신). 마드리드에 위치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은 2011년에 개원하여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내 한국 문화 확산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기에는 K-팝 등 대중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그 범위를 크게 확장하여 전통예술, 클래식, 전시,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문화원은 단순한 행정 기관을 넘어, 스페인 전역에 한국 문화를 연결하고 확산시키는 K-컬처 종합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신재광 문화원장./사진=주스페인한국문화원 제공
Q2. K-컬처의 여러 분야 중 현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향유되는 장르는?
신. 스페인에서 가장 강력하게 향유되는 K-컬처 장르는 역시 K-팝이며, 명실상부한 한류 확산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한식, 드라마, 뷰티, 영화 등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K-팝이 현지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스페인의 공연 문화적 특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대중은 기본적으로 음악이나 춤처럼 정열적이고 감정 표현이 강한 공연 문화를 선호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음악을 넘어 화려한 퍼포먼스, 정교한 안무, 탄탄한 서사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K-팝이 현지 정서에 깊게 부합한 것입니다. 여기에 스페인의 우수한 디지털 환경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높은 개방성이 시너지를 내며 확산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Q3. K-컬처를 현지인들에게 더 친근하게 하는 문화원만의 핵심 노하우는?
신. 핵심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에서 ‘현지인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창작하는 방식’으로 패러디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를 해외에 일방향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문화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쌍방향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현지 창작자와 시민들을 단순한 관객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존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고 자기표현과 창작 활동에 적극적인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참여와 제작의 기회를 최대한 넓히는 데 역점을 둡니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 문화원이 직접 주최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숏폼 영화 공모전’과 ‘인스타툰 공모전’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일회성 체험을 넘어, 현지 창작자들이 한국 문화를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실제 디지털 콘텐츠로 직접 제작하도록 설계된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입니다.
K-팝 축제로 성황을 이룬 카르타헤나 음악 축제 '라 마르 데 무지카스'./사진=주스페인한국문화원 제공
Q4. 이제껏 진행했던 한국 문화 행사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꼽는다면?
신.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는 지난해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개최된 유서 깊은 음악축제 ‘La Mar de Músicas 2025’의 주빈국 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현장의 열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K-팝은 물론이고 발라드, 힙합, 퓨전국악, 인디 록 등 장르를 망라한 다양한 한국 음악이 대형 무대에 오르자, 현지 관객들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고 음악 자체에 몰입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문화적 대통합의 가능성을 실감했습니다.
Q5. 올해 예정된 주요 K-컬처 행사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신. 올해 문화원이 가장 중점을 두고 전력투구하는 분야는 ‘문학’입니다. 스페인 내 자체 시장 조사에서도 문학이 K-컬처 선호도 2위를 차지할 만큼 현지의 실질적인 수요와 기대가 매우 높은 분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다져놓은 성과에 기반합니다. 지난해 문화원은 스페인 최대 현대문학축제인 ‘KOSMOPOLIS’에 세계 최초 주빈국으로 참가해 주목받았으며, 스페인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인 ‘LIBER 국제도서전’에도 포커스 국가로 참가해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올해는 이를 이어받아 활자 중심의 전통 문학뿐만 아니라 웹소설, 그림책 등 다양한 2차 장르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로 한국과 스페인의 교루를 이룬 게임 톻너먼트./사진=주스페인한국문화원 제공
Q6. K-컬처의 지속적인 확장을 위해 필요한 제언이나 정부를 향한 바람이 있다면?
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의 한류 붐은 민간과 정부, 그 어느 한 영역의 성과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온 수많은 문화 예술인과 관계자분들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나타난 값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공 속에서도 기초 예술이나 전통문화 등 여전히 대중문화에 비해 더욱 세밀하게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원해 나가야 할 소중한 분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주스페인한국문화원도 해외 최일선 현장에서 K-컬처를 담당하는 일원으로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한국 문화를 현지인들과 진솔하게 나누며 한류의 뿌리가 유럽 현지 땅속에 더 깊고 튼튼하게 내릴 수 있도록 공공외교의 소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