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주 52시간 근무제, 다양한 산업 현장 현실 반영 못하고 있어"
현장선 "스마트 팩토리가 52시간제 대안? 현장 모르고 하는 탁상공론"
   
▲ 지난 6월 27일, 상생협력조정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중소벤처기업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저도 국회의원 자격으로 표결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많이 반성하는데요, 국회에서 깊은 논의를 해서 예외규정을 두고 통과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50~29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도 전격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박영선 장관이 문재인 정권 각료들 중 가장 먼저 국회의원 시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찬성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혀 발등에 불 떨어진 것을 이제서야 알았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박 장관이 아직까지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해결책을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박 장관은 "집중 근무를 해야 하는 R&D 기관·방송사·교대근무를 하는 생산 공장 등 다양한 산업계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 못하고 있는 것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문제점"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2교대 근무 편성이 돼있는 공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려면 3교대 체제로 돌려야 하는데, 주문량이 많이 없을 경우엔 어정쩡하다"며 "2교대를 3교대로 바꾸자니 중소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아 고민거리"라고 현장 의견을 소개했다.

이어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선 중기부 출입기자들에게 "근로자 입장에선 주당 52시간만 일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월급이 줄어 (중기부가) 어떻게 해소해줄지를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장관 역시 기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중소기업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중기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주 52시간 근무제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스마트 팩토리는) 3교대를 위한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월 3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람 중심 스마트공장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와 고용노동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들.(좌) 우측은 '스마트제조혁신으로 중소기업 제조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정부 홍보물./사진=중소벤처기업부·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아직까지도 박 장관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부분적으로만 반대하고 있고, 공부를 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일선 현장에서는 박 장관의 뒤늦은 반성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중기부는 '노동친화형' 시범 스마트 팩토리 구축사업을 진행한다며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바 있다. 지난 9월 24일엔 "사람 중심의 스마트 팩토리 모범사례를 구축할 것"이라며 "50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기관인 윕스에 용역을 맡겨 전수조사를 해보니 지난 5월 기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면 고용이 평균 3명 늘어나는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증명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벤더사 관계자 이 모씨는 "중기부가 설명하는 건 죄다 헛소리"라며 "문재인 정부 주도의 스마트 팩토리의 실체를 알려주겠다"고 귀띔했다. 이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 지원 신청을 하면 정부 측은 심사 조건으로 매출의 증가와 '고용의 창출'을 강조한다"며 "사실상 공정 과정에선 인력을 감축해도 공장 자체에 일거리가 많아진 기업이어야만 전체 고용 인원을 늘려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씨는 "ICT가 도입된 스마트 팩토리가 좋긴 하나, 현장의 급선무는 제조 자동화이며 '3정 6S'부터 철저히 이행된 다음 전산화를 도입해야 쓸모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모든 공장이 스마트화 과정을 거치면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박 장관이 아직까지도 현실 아닌 꿈 같은 이야기만 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할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시흥의 독일계 제조업체 M사 관계자는 "자동화에 네트워크화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우리 회사가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청와대에서까지 다녀갈 정도로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 우수 회사로 선정된  M사 역시 생산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축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중기부 관계자들은 한가롭게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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