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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심사 지연 '직무유기'
세계 각국 경쟁 당국서 긍정적 신호 잇따라
정작 국내선 독과점 이슈 따진다며 발표 연기
이동걸 산은 회장 "공정위, 외국 당국이냐" 비판
단순 M&A 아냐…수많은 이들 밥줄 달린 문제
승인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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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9-15 10: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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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압도적인 힘으로!(Power overwhelming!)"

실시간 전략(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아콘(집정관)이 탄생하며 외치는 말이다. 아콘은 두 하이 템플러(고등 기사)가 힘을 합쳐 소환되는 강력한 정신체 유닛이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이처럼 현재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두 회사가 하나의 메가 캐리어로 거듭나고자 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승인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타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며 "(통합 대한항공을) 세계 10대 항공사로 도약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현재 △터키 △필리핀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임의 신고국 경쟁 당국의 긍정적인 기업 결합 심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안방에서 생겨났다. 지난 2월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 발주를 계약하며 기한을 지난 6월 초로 설정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결과 발표를 돌연 오는 10월 말로 미뤘다. 독과점에 따른 운임 인상과 소비자 편익 감소 우려가 있어 깊게 따져본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공정위는 두 항공사 통합이 이뤄지면 30여년 간 이어져 온 경쟁 구도가 깨져 장거리 노선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운송 네트워크 산업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공정위의 비전문적인 단견에서 비롯한 오판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가 통합하면 세계 10위 규모 항공사가 된다지만 글로벌 단위로는 전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40%에도 못 미칠 통합 대한항공 인천공항 슬롯을 가지고도 말이 많지만 댈러스공항 내 아메리칸항공은 85% 이상을 차지하고도 독과점 논란은 없다.

기본적으로 항공 시장은 제주항공을 필두로 국내선과 근거리 국제선을 목표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의 주 무대인 중장거리 국제선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FSC들이 보유한 기재는 대형 여객기와 화물기가 중심인 만큼 중소형 여객기를 주력 기종으로 하는 LCC 시장에 대한 잠식 또는 중복이 일어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LCC들의 치킨 게임에 밀려 김포·제주·김해공항 노선을 제외한 국내선 여객 사업에서 큰 재미를 못 보거나 적자를 내온 지 오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통합 대한항공이 국내선 비중을 현재보다 축소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 계획(PMI)안에는 국토교통부 운임 심사 담당 부서에 점유율이 높은 노선을 운임 관리 대상 노선으로 선정해 관련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검증받는 운임 인상 억제 방안이 명시돼 있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항공시장은 무한 경쟁 중이다. 통합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면 인천국제공항에 취항 중인 80여개 외국 항공사들이 귀신같이 알고 좌석 공급을 늘릴 것인 만큼 좌석 단가 조정은 그래서 쉽지 않다. 이와 관련,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을 목표로 하는 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B787-9를 도입해 통합 대한항공에 의한 시장 독과점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시장의 룰과 관계 기관의 감시 등 다중 안전 장치가 있음에도 공정위는 요지부동이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이동걸 산은 회장이 공정위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을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읍소함과 동시에 "괘씸죄에 걸리겠지만 (공정위가) 외국 당국처럼 행세한다"고 작심 비판을 하겠는가.

문재인 정권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산은 등 파워 금융 기관과 항공 주무부처 국토부까지 동원해 양대 항공사 통합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눈치 없이 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무지성에 따른 심사 결과 지연을 기관의 권위로 덮는 동안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필수 신고국 경쟁 당국들도 줄줄이 판단을 미루고 있다. 본국보다 앞서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 심사 결과 발표를 미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신주 인수 대금 1조5000억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늦어지는 탓에 대한항공으로부터 신주 인수 대금 1조5000억원을 제때 수혈 받지 못하면 불어나는 각종 금융 비용과 운영 자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 통합도 기약 없이 미뤄진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공정위가 차기 정부로 공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본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판이 엎어진다면 공정위는 불어닥칠 후폭풍을 감내할 수 있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M&A는 업계 재편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순환 휴직을 밥 먹듯 하는 소속 근로자들을 고용 불안에서 해방시켜준다는 매우 중차대한 함의를 지닌다. 무엇보다 미국 LA타임즈가 지난 10여년동안 항공사 간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 0.3~0.5% 가량 항공권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소비자 편익이 증대됐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이런 연유로 통합 항공사 결합 심사에 대한 빠른 승인은 더욱 절실하다.

카르슈텐 슈포르 루프트한자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난 직후 항공업계 M&A가 우후죽순 일어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시가 급한 이 판국에 공정위가 실체 없는 독과점 이슈에만 목을 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막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

수없이 많은 이들의 밥줄이 달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그러니 하루빨리 긍정적인 심사 결과를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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