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과 졸속 재판 논란속 갈등 증폭…솔로몬의 해법 찾아야 할 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오는 27일 최종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80일간 이어졌던 탄핵전쟁이 숱한 논란 속에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 과정의 위법성부터 탄핵 재판의 불공정성,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구성의 위헌성까지 매듭짓지 못한 쟁점들이 여전한 가운데 헌재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의 위법성은 탄핵사유 통합표결, 복합범죄의 위법성, 증거조사 부재 등 3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이라는 구체적 사유의 적시를 요구하는 헌법 제65조의 헌법 규정과 맞지 않게 국회는 13가지 탄핵사유를 묶어서 표결에 부쳤다. 이러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라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같은 내용이 탄핵사유에 추가됐다.

둘째로 우리나라 법전에 구성요건이 다른 뇌물죄-직권남용죄-강요죄를 합친 복합범죄는 존재하지 않지만, 국회는 이를 합쳐서 탄핵사유에 넣었다. 국회는 엄연히 내용과 처벌이 다른 독립적 범죄들을 하나로 섞어서 탄핵사유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셋째로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 시 그 근거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언론보도 15건과 검찰의 공범 공소장만 첨부하는 등 이에 대한 증거조사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단심제이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업무 집행을 선고 전까지 직무정지 시킨다.

실수가 없도록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하고 신중한 증거 조사 절차와 법리검토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국회는 해당 조사를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시작하기 전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회는 특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충분한 증거가 모였을 때 비로소 탄핵소추 사유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전 증거조사나 법리조사 없이 졸속으로 이를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국회가 증거수집을 위하여 특검을 설치하고도 조사의 착수 이전에 대통령을 순전히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탄핵소추의결한 것은 적법절차에 위반된 탄핵소추권 남용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밝혔다.

   
▲ 22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이 끝난 후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재 탄핵심판 졸속 진행…불공정성, 재판관 구성 등 쟁점 야기

이러한 위법 논란을 무시하고 299명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34, 반대 56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국회로부터 ‘대통령 탄핵’ 바통을 이어받은 헌재는 시작부터 서둘렀다.

주말에도 헌법재판관 3명이 출근했고 탄핵소추 3일 만인 12월 12일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논의를 시작, 주심재판관 및 준비절차 재판관을 선정하고 16일 대통령 변호인단의 탄핵심판 의견서 검토에 착수했다.

일주일 뒤인 23일 헌재는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게이트의 주요 피고인에 대한 사건 및 수사기록을 법원과 검찰에 보내달라 요청했고 24일 법무부의 탄핵절차와 쟁점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문제는 헌재가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는 당시 22일 “박 대통령 측이 검찰과 특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대통령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헌재는 지난달 3일 첫 변론을 시작했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2일 16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50일간 16번의 기일을 잡고 일사천리로 탄핵심판을 진행해 나갔다.

헌재는 27일을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로 지난 24일 정했다.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 의결서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하고 증인 채택 후 출석요구서를 보내기까지 최소 2∼3주가 소요되며, 1월에 변론을 시작한 후 복잡한 탄핵사유에 대한 최소한의 심리를 거쳐 4월은 되어야 탄핵심판을 마칠 수 있다는 게 지난 12월 탄핵소추 당시 헌법재판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헌재는 당초의 예상을 2달 앞당겨 이를 마쳤다.

진행 일정뿐만 아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졸속진행이라는 지적은 크게 재판 진행의 불공정성 및 헌법재판관 8인 구성의 위법성 등 2가지로 나뉜다.

탄핵심판 변론 시작 직후, 대통령 변호인단은 (앞서 언급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절차에 위반했다며 이를 헌재에서 국회 측과 다툴 것을 요청했지만 헌재 강일원 재판관은 이에 대한 입증을 불허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측은 “헌재는 변호인단의 변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위헌,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헌재에서 탄핵인용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의 변론권(항쟁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로서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앞서 대통령 변호인단의 검찰 조사자료에 대한 요청을 기각한 헌재의 판단과 이러한 심판 진행은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가 헌재에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와 관련, 국회가 의결한 13개 탄핵사유를 4개의 헌법위반으로 법률구성을 바꾸고 사실관계도 이러한 새로운 구성에 맞추어 재작성하도록 지난달 변론에서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는 쟁점정리가 아니라 명백한 탄핵소추장 변경지시라는 게 대통령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국회 소추인단은 이러한 강일원 재판관의 지시에 따라 탄핵소추장의 법률구성을 바꾸고 해당 사실 관계도 전면적으로 재작성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측은 “국회가 소추한 탄핵소추장이 잘못되었으니까 이렇게, 이렇게 고치라고 새로운 탄핵소추장을 써주는 것은 쟁점정리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탄핵소추사유 내지 탄핵소추장의 변경이며 이는 애초의 탄핵소추 의결과 마찬가지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1일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이 담보돼야만 심판결과의 정당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헌재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국면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새로운 법적 쟁점도 살피지 않기로 정했다.

지난 20일 헌재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하면서, 고씨 측근 김수현씨가 녹음한 일명 ‘고영태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헌재는 지난 한달 간 새로이 밝혀진 고영태 녹음파일 2200여 개의 증거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녹음파일에 담겨 있는 고씨 일당의 최순실 게이트 모의·연출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9인 아니라 8인으로 서둘러 탄핵 선고하려는 헌재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에 대한 시비와 쟁점을 최근 더욱 크게 만든 것은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으로 촉발된 ‘헌법재판관 8인체제의 위법성’ 논란이었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2일 열린 1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의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규정은 심리에만 적용되고 평결에는 9명 전원이 참여하여야 한다”며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후임자 지명’ 없는 탄핵인용은 무효”라고 밝혔다.

전 헌재소장 박한철 재판관 및 현재 권한대행인 이정미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의 견해(2012 헌마2)에 따르면, 헌재의 주요 사건은 반드시 재판관 9인 전원이 평결에 참여해야 하고 8인이 된 상태에서는 주요한 사건을 결정할 수 없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는 헌재가 스스로 선언한 헌재 구성의 원칙”이라며 “탄핵 심판은 9명 헌법재판관 이름으로 선고되어야 하고, 만일 8명 또는 7명 이름으로 선고되면 이는 헌법상 하자있는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지난달 말 퇴임하기 전 25일 마지막 변론기일에 “헌법재판소 구성에 더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 전까지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3월 13일) 전에 헌재가 결론을 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헌재는 탄핵심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잡은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를 밝히는 선고일은 다음달 10일이나 13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헌재 재판관들과 헌법연구관들은 지금까지의 탄핵심판 변론에서의 증인신문을 증언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탄핵심판 결정문 초고를 위해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와 주요 법리 정리도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탄핵심판은 2월 27일 최종변론 후 선고 전 약 2주 간의 평의와 평결, 결정문 작성 및 원안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친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는 이의제기 절차가 없다.

선고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기에 박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면, 자격은 박탈되고 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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