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사 "신재생 확대, 어느 선까진 가능하지만 탈원전은 답 아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같이 가는 겁니다.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생하는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등 약점이 많습니다. 약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한데 그것이 원자력이고, 결국 상생이라는 답으로 도출됩니다. 이를 감안해 신재생에너지 자체의 확대를 응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탈원전'은 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재개 권고를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 '탈원전 기조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그 이면의 전제를 지적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론화위의 목적은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 재개 여부였다"며 "공론화위가 탈원전까지 공론 결과를 냈으나 공론화위의 '책임의 한계', '권한의 한계'는 분명히 신고리 원전만 다룬 겁니다. 그 점에 대해서만 다루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공론화위 설치를 규정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자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지 않고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그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8월 친환경 확대와 원전 축소를 명문화한 에너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신설해 탈원전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론화 과정과 별개로 기존 에너지법을 에너지기본법으로 개정해 원전·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점차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법제화에 나섰다.

산자부는 이에 대한 신속한 입법을 위해 지난 8월 법정 예고기간(40일)을 단축하는 사유서까지 법제처에 제출한 상태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재개 측의 입장은 공론화를 하겠다면 탈원전을 먼저 하고 그 다음 신고리 5,6기 건설을 공론화해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는 것"이라며 "이번 발표는 5,6호기에 국한되어야 하는데 공론화위가 탈원전에 대해서도 발표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수석연구위원은 "탈원전 기조를 이번 공론화위 발표에 묻어 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건 공론화위의 월권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7월24일 출범한지 석달만인 10월20일 '건설 재개'를 골자로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건설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예정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다만 박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정책 전환 등 탈원전 정책이 문재인정부 5년 내에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바뀌긴 어려울 겁니다. 정부가 선언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산업적으로 현실적으로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어느 정도 선에서 증가해 가다가 멈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가 힘을 써서 밀고 있으니 늘어날 거라고 보지만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를 보면 쉽게 많이 늘어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 수석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처한 문제로 정부 투자를 늘려나가 보조금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 태양광 및 풍력 건설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 수용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진행된 풍력을 살펴봐도 주민들 수용성이 떨어져서 실제로 정부 승인이 나와도 짓지 못한게 많이 있다. 지역주민이 연결되면 주민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에 확대가 쉽지 않다"며 "환경단체 중에서도 서울중앙환경연합은 태양광에 찬성하지만 충남환경연합은 반대하는 등 태양광도 지역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수석연구위원은 공론화위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정부가 진행되어온 기존 국가프로젝트를 중지시키고 위원회를 만들어 이런저런 것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는 불법이지만, 숙의과정만 보면 대형 이슈에 대해 정할 수 있는 표본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 수석연구위원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 전문가집단과 원자력업계에게 남은 과제로 원전의 안정성을 계속 지켜서 국민신뢰를 유지하는 것, 이슈에 대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원자력이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의 앞날을 걱정하는 거다. 한국과 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는 아무리 애써도 원자력을 포기하고 갈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향후 어떤 이슈가 팩트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즉각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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