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들, 유상증자·기안기금 지원받아도 정비비·리스비 처리 여념 없어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공정위 심사 지연에 속도 못내 내년 1Q로
이스타항공, 구세주 '성정' 품에…내년 상반기 중 재운항 나설 계획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에도 항공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환경에 노출됐다. 백신 접종률 상승과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 덕에 여객 운송 사업이 잠깐 살아날 듯 했지만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형까지 생겨나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와중에 국적 대형 항공사 간 통합은 미뤄지고, 사라질 듯 했던 항공사는 기적적으로 되살아나는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항공업계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화물기에 대한 지상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각 사 제공

①올해도 역시 화물이 먹여살렸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백신 접종률 상승과 함께 정부는 외국 정부와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여객 운송 사업이 되살아나길 바랐다. 그러나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에게도 돌파 감염이라는 돌발 사태가 생겨났고, 이와 동시에 변이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겨나 사실상 여객 사업 정상화는 물거품이 됐다.

외국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항공업계 역시 공항 주기장에 유휴 여객기를 주기해둘 수 밖에 없어 사실상 개점 휴업한 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런 와중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코로나 시국 속에서 꾸준히 화물 운송을 통해 영업이익을 내는데 성공해 K-항공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코로나 시국 시작 이래 대한항공은 6개 분기 연속,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를 제외하고 계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대형 화물기단을 십분 활용해 3분기까지 각각 7371억원, 166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방역 물품과 반도체 공급 대란, 해상 운송 비용 상승 등 코로나 특수를 맞은 셈이다.

두 항공사의 성공을 지켜본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적극 화물 사업 확대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제주-대구 노선에서 제주산 농·수산물을 수송하기로 했다. 최근 항공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에어프레미아는 프랑스 항공 화물 서비스 업체 ECS그룹과 국제선 화물 영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인천-호치민·하노이 화물 노선에 원단·악세사리·전자 부품 등을 실어나른 바 있는 티웨이항공은 올해 6월 인천-홍콩 노선에도 취항하게 됐다.

   
▲ 저비용 항공사(LCC) 여객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②겨우내 연명하는 LCC들, 급한 불은 껐지만

하지만 FSC들과는 달리 LCC들은 전용 화물기가 아닌 여객기만 보유하고 있을 따름이다. 기재의 한계로 운송 능력이 달려 화물로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LCC들은 적자가 쌓여가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LCC들에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다행히도 LCC들은 성공적인 유상증자와 기간 산업 안정 기금을 통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제주항공은 액면가 5000원짜리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으로 감자를 실시했고, 유상증자 흥행으로 2066억원, 기안기금 1500억원 등 현금 3566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한진그룹 계열사 진에어는 183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일반 청약 경쟁률이 95대 1에 달했다.

유상증자 흥행 저조 조짐을 보였던 에어부산 역시 구주주 청약률이 105.4%로 유상증자에 성공해 2271억원을 확보했다.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항공사 실적이 좋아질 것을 기대한 대한 주주들의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다. 티웨이항공은 8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이처럼 실탄을 확보해 일견 LCC들의 재무 구조가 좋아진 듯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비비와 리스비 등 각종 운영 자금조로 나가게 돼 사실상 '신기루'나 다름 없는 돈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③해 넘기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승인

국내 항공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지난해 11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발언으로 기정사실이 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다. 한국산업은행이 주축이 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이 지지하고 있으나 좀처럼 양사 간 통합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어서다.

당초 공정위는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올해 6월까지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연내 관련 입장을 내겠다고 또 미뤘고, 여전히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내년 1분기 중 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기사가 났다.

공정위는 항공 시장 독과점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 요소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제조업에 적용할 기준을 서비스업에도 그대로 준용하려 든다"며 비전문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며 공정위를 향해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 승인이 날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수혈받기로 한 아시아나항공은 점점 재무상 부실이 악화돼 부채 비율 3668.34%, 자본잠식률은 11%에 달한다. 때문에 인수 전에 아시아나항공이 쓰러지고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 에어서울도 3분기 기준 당기순손실이 374억 원에 달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인수 승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④이스타항공, 기적과도 같은 구세주 '성정'을 만나다…내년 상반기 재운항 계획

국내 항공사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곳은 이스타항공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 자체가 청산될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부터 직원 급여가 끊겼고, 6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도 진행됐다.

인수 희망 기업은 이따금씩 있어왔으나 이스타항공의 부채 수준이 심각해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꿈도 희망도 없을 것 같던 이스타항공에도 볕이 들었다. 결국 쌍방울과 충남의 부동산 기업 성정이 맞붙게 됐고, 후자가 100만원을 더 써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게됐다. 1100억원에 육박하는 '머니 게임'의 결과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성정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사무실도 마련했고, 밀린 퇴직금·급여 정산, 737 맥스 반납 등을 거쳐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국토교통부에 운항 증명(AOC)을 재신청해 내년 상반기 비상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